환라 2 권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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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일 2021-01-14
시리즈 은하담
출판사 동아
은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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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분류 : 로맨스

* 출판사 : 동아

* 도서명 : 환라 1, 2권 (전 3권)

* 작가명 : 은하담

* 출간일(입고일) : 2021년 1월 14일

* 정 가 : 각권 11,800원

* 판 형 : 4*6판형

* 페이지 : 1권 448페이지, 2권 480페이지

* ISBN

(set) 979-11-6302-440-8 04810

(1권) 979-11-6302-441-5

(2권) 979-11-6302-442-2

<표지 카피>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부모님의 뜻에 따라

별궁에 갇혀 자란 단영 제국의 공주, 환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던 환라는 어느 날,

몰래 남장을 하고 ‘나환’이라는 이름으로 잠행을 나선다.

잠행 도중 한월각의 객주인 양야를 만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나환 님과 가까이 있으면 두통이 가십니다.”

환라의 곁에만 있으면 만성적인 두통이 사라진다는 양야.

연민의 마음으로 기꺼이 제 곁을 내준 뒤로,

어딘지 비밀스러운 양야에게로 자꾸만 눈길이 가고.

궁 안에서 유일하게 환라의 편을 들던 지사 궐겸은,

한월각에서 만난 나환이 자신이 모시는 공주인 줄 모르고

점점 이상한 감정에 휩싸여 가는데.

한편 환라는 궐 밖 친구들과 함께 황궁에서는 알지 못했던

백성들의 진실한 삶과 어머니인 황후 파영로의 만행을 알게 된다.

“너무 빨리 자라셨습니다, 공주.”

<작가 소개>

은하담

<목차>

[1권]

1. 서막

2. 너머의 풍경

3. 너울에 가린

4. 검은 여우

5. 언약

[2권]

6. 붉은 손끝

7. 사시이비

8. 기상하는 용

9. 도사리다

<본문 맛보기>

[1권]

“어찌 나를 두고 가십니까, 부인!”

황제의 오열이 대내(大內) 밖으로 흘러나와 항룡궁을 가득 메웠다.

나랏일은 며칠째 내동댕이쳐진 채였다. 보다 못한 대신들이 관을 벗고 무릎을 꿇어앉아서 국사를 돌보시라 청하였다. 그러나 슬픔에 짓눌린 황제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황후가 책봉되었으나 그는 승하한 황후, 소능화의 옷자락만 끌어안고 울부짖을 뿐이었다.

“백년해로하겠단 약속을 못 지키시려거든 차라리 나를 저승으로 데려가세요!”

밖으로 흘러나온 황제의 목소리에 무릎을 꿇고 있던 몇 명이 헉, 숨을 들이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주를 안고 항룡궁에 들어서던 황후, 파영로가 그 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가 대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대신들에게 닿았다. 날카로운 눈초리에 그들은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영로는 그대로 대신들을 지나쳐 대내 앞에 섰다.

“폐하. 황후께서 드셨사옵니다.”

문 앞을 지키던 궁인이 고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영로는 아기를 고쳐 안고 뒤에 서 있던 환관 마칠각을 바라봤다. 그가 영로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궁인에게 말했다.

“다시 고하시오.”

영로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던 궁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황후께서…….”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아기를 한 손으로 고쳐 안은 영로가 남은 손으로 문을 열어젖힌 탓이었다.

“황후 폐하!”

궁인이 당황하며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영로의 손에 내동댕이쳐졌다.

벌컥 열린 문 사이로 황제의 오열이 더 적나라하게 들렸다. 대신 중 몇 명이 고개를 저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영로를 따르려던 칠각이 뒤를 힐끔 보았다.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칠각은 한숨을 삼킨 뒤 영로를 따랐다. 곧 대내의 문이 닫혔다. 영로는 성큼성큼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나를 데려가세요, 부인. 나를 데려가…….”

영로는 찬 숨을 삼켜 끓어오르는 속을 달랬다. 황제는 차마 함께 묻지 못한 소능화의 옷을 끌어안고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약한 사내로고. 저런 자가 어찌 세 개의 왕국을, 내 나라를 정복하였는가.’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차며 잠든 아기를 편하게 고쳐 안았다.동시에 황제, 이백의 축 늘어진 몸뚱이가 슬픔에 휘둘리며 들썩였다.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눈으로 이백을 보다가 제 뒤에 서 있던 칠각에게 눈짓했다.

칠각이 깊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이백에게 다가갔다.

“폐하, 일어나시옵소서.”

이백이 고개를 들었다.

“칠각이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어찌 왔느냐. 귀비는 어찌하고…….”

“이제는 귀비가 아니지요, 폐하.”

영로가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래, 그렇지. 황후 오셨소. 황후…….”

중얼거리던 이백이 다시 입술을 꾹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

“폐하. 위엄을 보이소서.”

칠각이 황제 앞에 꿇어앉아 청했다. 하지만 이백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일어나 팔을 휘두르며 돌아섰다.

넓은 소매가 크게 펄럭이며 허공을 쳐 냈다.

“위엄이 다 무슨 소용이냐! 그녀가 없는데! 황제의 자리가 다 무슨…….”

손을 휘두르며 비틀거리는 황제에게 영로가 소리를 낮춰 일갈했다.

“폐하!”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밖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으나 이백의 정신을 일깨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탁자를 짚고 몸을 지탱하던 이백이 젖은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영로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언니께서 어찌하여 그리되었는지 생각하소서.”

옷을 움켜쥔 이백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영로는 잠에서 깨어나려는 아기를 어르며 이백을 차가운 얼굴로 쳐다봤다.

“위엄을 보이셔야 합니다.”

“귀비…… 아니. 황후의 말이 맞소.”

이백이 작게 중얼거리며 영로에게 다가왔다. 그는 아기를 내려다보다가 소능화의 옷을 펼쳐 영로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아니 되지. 또다시 그리 잃을 순 없지.”

이백이 넋을 놓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궁을 지어야겠소. 아무도 공주를 해치지 못하도록, 높고 높은 별궁을.”

그리고는 떨리는 손길로 닿을 듯 말 듯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기가 칭얼거리자 이백의 눈이 점차 맑아졌다. 그는 짓무르고 부은 눈을 또렷이 떴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2권]

백호선은 늘어진 매를 뒤로 던지며 양야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날카로운 손이 양야의 등줄기를 훑었다.

“꼴을 보아하니 인간이 다 되었구나.”

양야가 일어나 몸을 돌리며 백호선의 손을 쳐 냈다. 백호선은 양야가 물러서기 전에 반대쪽 손을 뻗었다. 호랑이의 발톱처럼 날카롭고 단단한 손이 환라의 머리를 쥐려 했으나 양야는 몸을 뒤로 날려 피했다.

백호선이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웃었다. 노란 안광이 희번덕였다. 그녀는 배고픈 호랑이처럼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양야의 주변을 배회했다.

“양아. 품에 안은 것을 내려놓으렴.”

달콤한 목소리와 달리 공기는 더 날카로워졌다. 바람이 살을 엘 듯이 휘몰아쳤다. 양야는 환라가 해를 입지 않도록 온몸으로 그녀를 감쌌다. 강한 바람과 정기에 휘청이던 몸이 아래로 툭 떨어지듯 주저앉았다.

훌쩍 다가온 백호선이 양야의 머리를 잡아 뒤로 꺾었다. 그녀의 시선이 양야의 목젖과 턱선을 핥듯이 훑으며 올라오다가 무궁화에 닿았다. 환라의 귓가에도 똑같은 자리에 무궁화가 꽂혀 있었다.

백호선의 한쪽 눈썹과 볼이 불쾌하게 들썩였다.

“귀엽군. 아주 귀여워.”

백호선은 양야의 귓가에서 무궁화를 뽑아냈다. 이내 고운 꽃잎이 백호선의 손아귀에서 짓이겨졌다. 양야는 새파란 불길에 휩싸이는 하얀 꽃을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증오스러운 눈으로 백호선을 응시할 뿐이었다.

“양야.”

그녀의 손이 양야의 볼을 타고 흘러 그의 턱을 쓸어내렸다.

“내 여우.”

“전 상선(上仙)의 것이 아닙니다.”

“300년 가까이 내 곁에 있던 네가, 내 것이 아니면 누구의 것이냐? 네 품에 잠들어 있는 인간의 것이더냐?”

사람의 모습을 한 호랑이가 허리를 젖히고 웃음을 터트렸다. 양야는 새하얗고 긴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맞습니다. 전 이 사람의 것입니다.”

“하하하! 재밌구나. 재밌어. 그럼 언제 너를 다시 취하러 오면 될까? 인간은 천수를 누린다 해도 100세를 넘기기 힘드니 80년 뒤에 오면 되겠느냐?”

“그 뒤에도 상선의 여우가 되진 않을 겁니다.”

“양아. 아가. 멍청하게 굴지 말려무나. 지금 네 몰골을 보렴.”

백호선은 양야의 주변을 돌며 그의 머리카락을 들어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고, 어깨와 팔뚝을 바람처럼 어루만졌다.

“인계에 내려온 지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넝마가 다 되었구나. 하찮은 인간에게 붙어 기생충처럼 정기를 뽑아 먹는 꼴이라니.”

제 몸을 만질 때는 가만히 있던 양야가 백호선이 환라를 만지려 하자 매섭게 그녀의 손을 쳐 냈다. 백호선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양야의 앞에 섰다. 그녀의 손에서 희미하게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특한 기운이 양야의 얼굴에 훅 끼쳤다.

양야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백호선이 흘린 사기가 얼굴에 닿자 양야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지며 주황색으로 빛났다. 환라의 정기로 인해 금세 검은색으로 돌아왔으나 백호선은 그 눈을 보고 난 뒤였다. 그녀는 깔깔 웃고는 상냥한 낯빛을 하고 손끝으로 양야의 목덜미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조그만 사기에도 여우의 눈으로 변하는 것을 보렴. 양아.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니? 아마 이 인간이 죽기도 전에 너는 요괴로 변해 버릴 테지. 짐승의 모습도, 인간의 모습도 아닌 채로 욕망에 휘둘리며 살고 싶은 게냐?”

“상관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게 오렴. 귀하게 여겨 주마.”

“설령 요괴가 된다 해도 뇌동산으로 돌아가진 않을 겁니다.”

“그럼 어찌해야 돌아오겠느냐?”

백호선의 손끝이 환라의 팔뚝에 닿았다. 양야가 놀라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이것을 죽이면 돌아오겠느냐?”

양야는 조소했다.

“상선께서는 못 하십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신선은 하늘의 명령 없이 인계의 일에 개입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면 신선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천벌을 받은 뒤 힘과 산을 잃게 된다.

양야는 알고 있었다. 백호선은 양야를 가지기 위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백호선의 얼굴에서 미소가 달아났다. 그녀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양야를 보았다.

“내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너를 가져야겠다면?”

“못 하십니다.”

양야는 환라를 안아 들고 몸을 일으켰다.

“환이 죽으면 저도 따라 죽을 테니, 상선께서는 무슨 짓을 하셔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실 겁니다.”

백호선은 천천히 물러나 양야를 지그시 응시했다. 바람이 서서히 잦아들고 구름이 걷혔다. 눈처럼 흩날리던 무궁화 꽃도 서서히 내려앉았다.

백호선의 눈빛 또한 돌연 부드러워졌다.

“진심이구나.”

양야는 대답하지 않고 백호선을 경계했다. 백호선은 허공에 앉아 다리를 꼬고 양야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허파에 봄바람이 깃든 것처럼 따사롭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줘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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