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의사 국가고시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예도아의 의욕은 하늘을 찔렀다.
의대 시절부터 수석을 놓치지 않던 괴물, 유수한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상외과에 인턴 배정을 받은 지 고작 하루.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 도아는 처음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궁금했다.
유수한은 왜 이 힘든 길을 선택한 것인지.
“이렇게 힘든데…… 왜 외상외과예요?”
“미친놈이라서.”
흔들림 없는 답 뒤에 이어진 건 헛웃음이었다.
“넌 미치지 마라. 고달프니까.”
늦었다.
그런 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좋아해요, 선배.”
고백?
아니.
“저도 미쳐 보려고요, 선배.”
선전포고였다.
〈2권〉
도담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 유수한.
죽음을 수없이 마주하는 현장은 그에겐 일상이었지만 트라우마로 남기도 했다.
그런데 예도아는 아니었다.
그녀 역시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는 써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했고,
이는 유수한의 멘탈을 깨부수다 못해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처럼.
“너 제정신 아니야.”
“그걸 이제 알았어요?”
언젠가 바랐던 적이 있었다.
이 여자가 내 인생에서 사라져 주길.
평온했던 그의 일상을 어지럽히는 이 여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지만 지금은.
“난 선배 앞에선 늘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악동처럼 웃는 여자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