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셰프 영애님〉을 잇는 리샤 작가님의 신작!
『 아기는 악당을 키운다 』
난 몇 번이나 눈을 끔뻑여 몽롱한 시야를 정리했다. 푹신한 침대를 누르고 가까스로 일어난 뒤 벽면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자 보이는 건……. 도톰한 단풍잎 같은 손, 프랑크 소시지가 이어진 듯한 오동통한 팔, 불룩 튀어나온 연한 볼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삼 등신의 몸, 공중제비를 하다 봐도 네 살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짤따란 육체. 난 거울 속의 자신을 망연자실 쳐다보며 생각했다.
‘또야. 또 회귀해 버렸어.’
또 이 거지 같은 삶을 다시 살아야 한다니!
“자, 운명의 아이야. 선택하려무나.”
난 세 장의 초상화를 보고 복장이 터져서 오동통한 주먹으로 눈을 벅벅 문질렀다. 그리고 이내 숨을 가다듬었다. 또 바로 전 삶처럼 거지 패에서 동냥하며 살다가 죽을 순 없다. 망명할 때까지 아사라든지, 객사할 걱정 없이 조용히, 그저 조용히만 살다가 망명할 수 있는 가문. 그런 가문을 선택하는 거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머나.”
내가 고른 초상화를 본 시녀와 황태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